화면에서 화면으로
측정 장비는 결과를 파일로 내보냅니다. 그런데 그 파일을 열어 화면으로 값을 보고, 손으로 다른 화면에 옮겨 적고 있었습니다.
옮겨 적는 동안 세 가지가 생깁니다.
오타 21.3 → 213 소수점 누락
-1.8 → 1.8 부호 누락
단위 혼동 dB와 dBm을 섞어 씀
반올림 21.34 → 21.3 또는 21로 버림
되돌아오는 건의 대부분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작업자를 탓할 수 없습니다. 화면의 숫자를 다른 화면에 옮기는 일은 사람이 원래 못하는 종류의 일입니다.
사람이 값을 읽지 않게 한다
방향을 바꿨습니다. 장비가 내보낸 파일을 그대로 올리면 시스템이 값을 뽑습니다.
측정
OTDR · 파워미터
파일 내보내기
장비 기본 기능
업로드
작업자가 최종본 선택
값 추출 · 판정
시스템
장비마다 형식이 다릅니다. 어떤 건 CSV, 어떤 건 자체 바이너리, 어떤 건 PDF 리포트만 나옵니다.
모든 장비를 지원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측정 이력을 세어보니 전체의 80%를 세 기종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기종 A 전체의 46% CSV 내보내기 지원 → 1순위
기종 B 전체의 22% 자체 포맷 + CSV 변환 → 2순위
기종 C 전체의 12% CSV 내보내기 지원 → 3순위
나머지 전체의 20% 기존처럼 손입력 유지
모든 경우를 처리하려 들면 아무것도 못 내놓습니다. 80%를 먼저 처리하고 나머지는 예외로 두는 편이 빨랐습니다. 나머지 20%는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손입력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값이 아니라 판정을 저장한다
여기서 하나를 더 바꿨습니다.
측정값만 저장하면 나중에 "이게 정상인가"를 매번 다시 따져야 합니다. 기준을 아는 사람이 자리에 없으면 값이 있어도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장할 때 네 개를 한 묶음으로 남깁니다.
표가 넓으면 좌우로 스크롤하여 확인하세요.
| 저장 항목 | 예시 | 왜 필요한가 |
|---|---|---|
| 측정값 | -21.3 dBm | 원본 사실 |
| 적용 기준 | 규격 A, -24 dBm 이상 | 무엇과 비교했는지 |
| 판정 | 정상 | 결론 |
| 판정 시각 | 2026-04-27 14:22 | 언제의 기준인지 |
기준이 나중에 개정돼도 과거 판정이 어떤 기준으로 내려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걸 안 해두면 기준이 바뀌는 순간 과거 데이터 전체를 아무도 신뢰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전 시스템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3년치 데이터가 하루아침에 "저건 예전 기준이라 모르겠는데요"가 됐습니다.
자동 감시를 껐던 이유
업로드 조작마저 없애려고, 파일을 자동 감시해서 새 파일이 생기면 알아서 올라가게 만든 적이 있습니다.
두 주 만에 껐습니다.
측정을 다시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첫 측정이 이상하면 접속을 다시 하고 조건을 바꿔 재측정합니다.
14:02 측정 1회차 -28.4 (접속 불량 의심)
14:05 측정 2회차 -21.6
14:07 측정 3회차 -21.3 ← 이게 최종
자동 감시는 셋 다 올렸습니다. 한 지점에 값이 세 개씩 쌓였고, 어느 게 최종인지 알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껐습니다. 작업자가 "이게 최종" 하고 고르는 한 번의 행동은 남겨두는 게 맞았습니다.
손을 없애는 것과 판단을 없애는 것은 다릅니다. 이 구분이 이 프로젝트 내내 반복해서 나왔고, 무역 문서 연재에서도 같은 기준이 다시 등장합니다.
결과
되돌아오는 비율
목표 10% 달성
다음 편에서 할 것
값은 들어오게 됐습니다. 그런데 점검 항목의 상태는 여전히 엑셀 파일로 오갔습니다.
파일명에 최종, 최종2, 진짜최종이 붙기 시작하면 그건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