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say
설명할 수 없는 일은 넘길 수 없다
What You Cannot Say, You Cannot Hand Over
처음에는 도구를 고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엇을 붙이면 몇 시간이 줄어드는지, 그 계산부터 했다. 그런데 막상 시키려고 앉으니 한 줄도 쓸 수가 없었다. 십 년을 해온 일인데 첫 문장이 나오지 않았다.
손은 알고 있었다. 어디서 멈추고, 무엇을 먼저 열고, 어떤 신호가 오면 되돌아가는지. 몸이 기억하는 순서가 분명히 있었다. 다만 그 순서에 이름이 없었다. 이름이 없으니 넘길 수가 없었다. 기계에게도, 사람에게도.
— 넘길 수 없는 일은, 아직 내가 모르는 일이다. —
그래서 전환은 도입보다 받아쓰기에 가깝다. 이미 하고 있던 일을 처음으로 문장으로 옮겨 적는 일. 적다 보면 이상한 것들이 보인다. 왜 여기서 두 번 확인하지. 이 단계는 누가 정했지. 지난달에 바뀐 걸 왜 아직 이렇게 하고 있지. 기계에게 시키려고 쓴 문장이 사람의 일을 먼저 고친다.
You cannot delegate what you cannot describe — and the describing turns out to be most of the work.
결국 자동화된 것은 절반쯤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자동화할 필요가 없었다. 적고 나서야 원래 없어도 되는 일이었다는 걸 알았다. 줄어든 시간보다 사라진 단계가 더 많았다.
— 도구가 일을 줄이기 전에, 문장이 먼저 줄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