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say / 2026. 11. 4
AI 없이 해 보는 날
도구가 거든 점수와 내 손에 남은 실력 사이
AI와 함께 풀어서 오른 점수는 AI 없이 치르는 시험에서도 오를까요? 고등학생 약 1,000명의 실험과 내시경 의사 19명의 관찰 연구를 따라, 도움이 있을 때의 성적과 도움을 걷은 뒤의 실력이 어떻게 갈라질 수 있는지 살펴보고 일터에서 둘을 따로 재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AI와 함께 풀어서 점수가 올랐다고 해서 AI 없이 하는 실력도 올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고등학생 약 1,000명이 참여한 실험에서 GPT-4로 연습한 학생들은 연습 문제 성적이 48% 높았지만, AI를 치우고 본 시험에서는 AI 없이 연습한 학생들보다 17% 낮았습니다. 폴란드 내시경 의사 19명을 본 관찰 연구에서는 병원이 AI 용종 탐지 도구를 쓰기 시작한 뒤 AI 없이 한 검사의 선종 발견율이 28.4%에서 22.4%로 내려갔습니다. 둘 다 한정된 조건에서 나온 결과여서 업무 문서나 자동화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2026년 11월 4일 확인한 자료 기준입니다. Bastani 등(2025)의 PNAS 논문은 방법, 결과, 한계 부분의 본문을 읽었습니다. Budzyń 등(2025)의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 논문은 초록과 학회지 요약, 언론 보도를 읽었고 본문 전체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 논문에는 정오표가 있다는 표시가 붙어 있는데 무엇이 고쳐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신입 직원 장면은 설명을 위한 가정이며 DMS 고객 사례가 아닙니다. 글 끝의 제안은 저의 생각이며 이 연구들이 정한 절차가 아닙니다.
연습에서 오른 점수는 시험에서도 오를까요?
Hamsa Bastani와 Osbert Bastani, Alp Sungu 등은 2025년 PNAS에 튀르키예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 현장 실험을 발표했습니다. 9학년부터 11학년까지 약 50개 학급, 거의 1,000명이 90분짜리 수업 네 번에 참여했습니다. 수업마다 세 부분이 이어집니다. 교사가 지난 주제를 복습하고, 학생들이 연습 문제를 풀고, 마지막에 책과 노트북을 덮고 시험을 봅니다. 무작위로 나눈 것은 가운데 연습 시간뿐입니다.
학생은 세 조로 나뉘었습니다. 대조조는 AI 없이 연습했고, GPT Base 조는 ChatGPT와 비슷한 화면의 GPT-4로 연습했고, GPT Tutor 조는 교사의 의견을 반영해 정답을 바로 알려 주지 않고 힌트를 주도록 설계한 GPT-4로 연습했습니다. 연습 문제 성적은 GPT Base 조가 대조조보다 48%, GPT Tutor 조가 127% 높았습니다. 그런데 AI 없이 치른 시험에서는 GPT Base 조가 대조조보다 17% 낮았습니다(1점 만점 기준 0.054점). GPT Tutor 조는 이 하락이 거의 사라졌지만 대조조보다 높지도 않았습니다.
AI를 쓴 학생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대화 기록이 단서를 줍니다. GPT Base 조 학생들은 풀이를 달라고 해서 그대로 옮겨 적는 방식으로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논문은 이를 '목발(crutch)'처럼 쓴다고 표현합니다. GPT Tutor 조는 도움을 청하거나 직접 답을 먼저 써 보는 쪽으로 더 많이 썼습니다. 같은 GPT-4인데 화면과 지시문이 달랐더니 쓰는 방식이 달랐고, 시험 결과도 달랐습니다.
학생들의 체감은 결과와 어긋났습니다. GPT Base 조는 자신이 더 못했다거나 덜 배웠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GPT Tutor 조는 시험 성적이 대조조보다 높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훨씬 잘했다고 느꼈습니다. 저자들은 이 실험이 한 학교에서 단기 결과만 살폈다고 적었고, 다른 튜터 설계와 다른 환경에서도 같은지는 더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몇 달 뒤에도 같은 차이가 남는지는 이 논문으로 알 수 없습니다.
일하는 어른에게서도 비슷한 일이 보였을까요?
의료 현장에 한 번 더 살필 만한 연구가 있습니다. Krzysztof Budzyń과 동료들은 2025년 8월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에 폴란드 내시경 센터 네 곳의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 센터들은 2021년 말 AI 용종 탐지 도구를 들여왔고, 이후 대장내시경은 검사 날짜에 따라 AI를 쓰는 쪽과 쓰지 않는 쪽으로 무작위 배정됐습니다. 연구진은 도입 전 석 달과 도입 후 석 달 동안 AI 없이 한 표준 검사를 비교했습니다. 대상은 1,443명(도입 전 795명, 도입 후 648명)입니다.
주요 지표는 선종 발견율입니다. 선종은 대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용종의 한 종류이고, 이 비율은 검사 가운데 선종을 하나 이상 찾아낸 검사의 몫입니다. AI 없이 한 검사의 발견율은 도입 전 28.4%(795건 중 226건)에서 도입 후 22.4%(648건 중 145건)로 내려갔습니다. 차이는 6.0%포인트이고 95% 신뢰구간은 -10.5에서 -1.6, p값은 0.0089입니다. 환자 성별과 나이 등을 함께 넣은 분석에서도 AI에 노출된 뒤라는 요인의 오즈비가 0.69(0.53에서 0.89)로 나왔습니다.
몇 가지를 더 붙이면 이렇습니다. 검사한 의사는 19명이고 모두 대장내시경 경험이 2,000건을 넘는 숙련자였다고 보도됐습니다. 이 가운데 15명은 수치상 발견율이 내려갔습니다. AI를 켜고 한 734건의 발견율은 25.3%였는데, 도입 전 28.4%보다 높지 않은 값입니다. 도움이 있는 날의 수치만으로는 의사 본인의 눈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읽기 어렵다는 것이 이 논문을 읽고 얻은 제 해석입니다.
이 연구는 회고적 관찰 연구입니다. 같은 센터에서 도입 전후를 비교했을 뿐 의사를 나누어 AI 노출을 달리한 실험이 아니어서, 발견율 하락의 원인이 AI 노출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진도 결론에서 지속적인 노출이 발견율을 낮출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적었습니다. ASGE 학회지에서 이 논문을 검토한 Douglas Rex는 AI가 의사의 기량을 떨어뜨리는지 처음으로 대규모로 공식 평가한 연구라고 소개하며 결과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평했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이 연구가 다룬 일은 눈으로 용종을 찾는 일이고, 문서를 쓰거나 고객에게 답하는 일은 아닙니다.

두 연구를 나란히 놓으면 무엇이 보일까요?
연습 점수와 시험 점수, AI를 켠 날의 발견율과 끈 날의 발견율은 서로 다른 것을 잽니다. 앞의 숫자는 사람과 도구가 함께 해낸 일이고 뒤의 숫자는 도구를 걷은 뒤 사람에게 남은 일입니다. 두 연구에서 이 둘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고, 고등학생들은 그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느낌으로 확인되지 않으니 따로 재 봐야 한다고 저는 읽었습니다.
도구의 설계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같은 GPT-4라도 정답 대신 힌트를 주도록 만든 쪽은 시험 점수 하락이 거의 없었습니다. AI를 쓰는지 여부 못지않게 AI가 어떤 방식으로 돕는지도 결과에 영향을 줬을 수 있습니다.
일터에서는 둘을 어떻게 따로 재 볼 수 있을까요?
아래는 이 글의 제안이며 연구로 검증된 절차는 아닙니다. 장면 하나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제품 문의에 답하는 일을 맡은 신입 직원이 석 달 동안 AI가 쓴 답변 초안을 고쳐 보냈습니다. 어느 날 시스템이 멈춰 AI 없이 답을 써야 합니다. 막히는 곳은 용어일 수도, 어조일 수도, 어디부터 확인해야 하는지일 수도 있습니다. 어디가 막히는지는 그날이 되어야 보입니다. 이 장면은 가정이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지 않습니다.
첫째, 한 달에 한 번 AI 없이 해 보는 날을 정합니다. 평소 AI와 하는 일 가운데 작은 것 하나를 골라 AI 없이 해 보고, 걸린 시간과 막힌 단계를 두세 줄로 적습니다. 점수를 매기려는 것이 아니라 막힌 자리를 찾으려는 것입니다. 고등학생 실험에서는 시험이 이 역할을 했지만 일터에는 그런 시험이 따로 없습니다.
기록은 세 가지면 됩니다. 걸린 시간, 막힌 단계, 그리고 평소 AI와 했을 때와 견주어 빠진 것이 있는지입니다. 막히는 단계가 같은 곳에서 반복되면 그 단계는 AI에게 맡기기 전에 사람이 한 번 익혀 두어야 할 부분으로 표시합니다. 막히지 않았다면 이 일은 맡겨도 된다는 근거가 한 건 쌓인 것입니다. 한 번의 기록으로 실력을 판정하지는 않습니다. 반복해 쌓이는 패턴을 봅니다.
둘째, 익혀야 하는 일과 끝내기만 하면 되는 일을 나눕니다. 끝내는 것이 목적이면 AI에게 맡겨도 됩니다. 사람이 그 일을 익혀야 하는 단계라면 정답보다 힌트를 먼저 받도록 도구를 설정합니다. GPT Tutor 조가 이 방식이었고 시험 점수 하락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다만 대조조보다 좋아지지는 않았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어떤 일을 맡기고 어떤 일을 사람이 익혀야 하는지 가르는 기준은 앞서 쓴 글에서 다뤘습니다.AI 교육은 도구 설명보다 '이 일을 맡겨도 되나'에서 시작합니다
셋째, 판단이 사람의 몫인 일에서는 AI를 끈 상태의 정확도를 가끔 확인합니다. 내시경 연구가 보여 준 것은 AI를 켠 날의 수치만으로는 그 사람의 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확인 주기를 얼마로 잡을지는 알지 못합니다. 위험이 큰 일일수록 짧게 잡는 편이 안전해 보인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번 주에는 AI와 자주 하는 일 하나를 골라 15분만 AI 없이 해 봅니다. 처음 막힌 단계를 한 줄로 적어 두면 첫 기록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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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자료
- Bastani et al. · Generative AI without guardrails can harm learning: Evidence from high school mathematics · PNAS 122(26), e2422633122, 2025-06-25
- Budzyń et al. · Endoscopist deskilling risk after exposure to artificial intelligence in colonoscopy: a multicentre, observational study · 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 10(10), 896-903, 2025-08-12
- ASGE Journal Scan · Rex, Does Exposure to CADe Decrease Detection Skills Without CADe? · 2025-08-22
- The ASCO Post · Routine AI Assistance May Lead to Loss of Skills in Endoscopists, Study Shows · 2025-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