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장갑과 노트북
오전 열한 시, 도로 한복판. 맨홀 뚜껑은 열려 있고 그 안에서 사람이 반쯤 나와 있습니다. 손에는 젖은 장갑. 옆에는 케이스 위에 얹힌 측정기.
이 사람에게 "작업 끝나면 바로 시스템에 입력해주세요"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사무실에서 메모지를 보며 표를 채웠습니다.
이 장면을 세 번쯤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문제는 약속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의심한 것이 틀렸다
처음에는 양식이 불편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항목을 줄이고, 순서를 바꾸고, 예시를 넣었습니다. 보고는 여전히 늦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사람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의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습니다. 그 주에는 나아지고 다음 주에 돌아왔습니다.
세 번 반복하고 나서 인정했습니다. 한 사람이 미루면 그 사람의 문제지만, 모두가 같은 지점에서 미루면 그건 구조입니다.
입력이 두 번 일어나고 있었다
작업자를 하루 따라다녔습니다. 그러자 바로 보였습니다.
현장 작업
측정 · 확인
1차 입력
사진 · 메모지
이동 · 다음 현장
평균 6시간
2차 입력
사무실에서 옮겨 적기
작업자는 사다리 위에 있거나, 장갑을 끼고 있거나, 맨홀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 상태로 표에 숫자를 넣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일단 사진을 찍고, 메모지에 적고, 저녁에 옮겨 적습니다. 두 번째 입력은 기억과 젖은 메모지에 의존합니다. 늦어지고, 틀립니다.
그리고 사람은 두 번 해야 하는 일을 미룹니다. 양식을 아무리 다듬어도 두 번째 입력이 남아 있는 한 결과는 같습니다.
측정할 것을 먼저 정했다
"보고가 늦다"는 말로는 나아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2주 동안 세 가지를 셌습니다. 이 셋이 여덟 편 내내 따라다니는 숫자입니다.
지연 시간
작업 종료 → 시스템 입력
조작 횟수
한 건을 올리기까지
되돌아오는 비율
값이 빠져 다시 묻는 건
지연 시간 19시간. 사실상 "다음 날"이라는 뜻입니다.
조작 횟수 14회. 사진 촬영, 앱 전환, 항목 입력, 확인, 전송까지 손이 가는 횟수를 셌습니다.
되돌아오는 비율 31%. 세 건 중 한 건은 누군가 다시 연락하고 있었습니다.
세는 방법도 정해두었다
숫자를 정할 때 세는 방법까지 같이 적어두지 않으면, 두 달 뒤에 서로 다른 걸 세고 있게 됩니다.
지연 시간 = (시스템 등록 시각) − (작업 종료 시각)
작업 종료 시각은 마지막 측정 파일의 타임스탬프 기준
재측정이 있으면 최종 측정 기준
조작 횟수 = 앱 실행부터 전송 완료까지의 탭·입력·전환 횟수
월 1회, 세 명을 관찰해 중앙값 사용
되돌아오는 = (담당자가 추가 확인을 요청한 건) ÷ (전체 제출 건)
비율 요청 채널 무관 (카톡·전화·메일 모두 포함)
특히 마지막 항목이 중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시스템 안에서 반려된 건만 셌는데, 실제로는 대부분 카톡으로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시스템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겁니다.
숫자로 바꾸고 나서 달라진 것
목표가 숫자가 되자 논의의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전에는 "이 기능 있으면 좋겠다"가 끝없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그게 이 셋 중 무엇을 줄이나"를 먼저 묻습니다. 대답이 없는 요청은 조용히 뒤로 밀렸습니다.
자동화하자는 결정보다 무엇이 줄어야 성공인지 먼저 정한 것이 컸습니다. 기준이 없으면 도구를 붙이고도 나아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면 "예전보다 나은 것 같다"는 느낌만 남고, 다음에 무엇을 고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여덟 편의 순서
입력 설계
2 · 3편
데이터 취합
4편
상태 관리
5 · 6편
알림과 리포트
7 · 8편
입력 지점을 현장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다음 사진과 측정값을 데이터로 바꾸고, 상태를 추적하고, 마지막에 사람이 다시 만들지 않는 리포트까지 갑니다.
한 번에 바꾸지 않았습니다. 한 단계씩 붙이고, 안 되면 되돌렸습니다.
되돌린 것도 그대로 적었습니다. 잘된 것만 적으면 다음 사람이 같은 함정에 다시 빠집니다.
다음 편에서 할 것
양식을 다시 봅니다. 정확히는, 무엇이든 적을 수 있게 열어둔 칸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했는지를 봅니다. 일 년 치 기록을 펼쳐놓고 세어보면 같은 상황이 열두 가지 문장으로 적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