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놓고 잠갔다
품목마다 HS코드를 등록해두면 문서에 자동으로 들어갑니다. 실제로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자동으로 확정되지 않게 막았습니다. 매번 사람이 확인 버튼을 누르게 했습니다.
손이 한 번 더 갑니다. 일부러 그렇게 했습니다.
틀렸을 때의 결과가 다르다
단가가 틀리면 정정 인보이스를 보내고 사과합니다. 하루면 정리됩니다. 되돌릴 수 있습니다.
HS코드가 틀리면 다릅니다.
관세율이 달라짐
통관이 지연됨
경우에 따라 추징 · 가산세
협정 관세 오적용 시 사후 검증에서 문제
바이어가 수입국에서 불이익을 봄
마지막이 가장 무겁습니다. 우리가 사과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되돌리는 비용이 큰 판단은 사람 손에 남겨야 합니다.
원산지는 더 미묘하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디서 가공했는지, 부품을 어디서 가져왔는지에 따라 원산지 판정이 달라집니다. 협정마다 기준도 다릅니다.
이건 데이터가 아니라 해석의 영역입니다.
시스템은 근거 자료를 모아둘 수 있지만 판정은 못 합니다. 그런데 판정한 것처럼 화면에 보여주면 사람들이 그걸 믿기 시작합니다. 그게 가장 위험합니다.
자동으로 채워진 칸은 검토되지 않습니다. 이미 답이 있어 보이니까요.
대신 판단을 돕는 쪽으로 만들었다
자동 확정을 포기하는 대신 세 가지를 붙였습니다.
후보 제시
과거 적용 이력
변경 경고
지난 건과 다름
근거 첨부
협정 관세 시 필수
사람이 확정
이름 · 시각 기록
후보 제시 — 과거에 이 품목에 적용했던 코드와 그때의 건을 함께 보여줍니다.
품번 FDF-24C
8536.70 최근 적용 (T-2026-0098, 2026-03-11)
8536.70 그 이전 4건 모두 동일
9013.80 1건 (T-2024-0233) ← 당시 사유: 렌즈 모듈 포함 사양
변경 경고 — 지난번과 다른 코드를 고르면 알려줍니다. 막지 않고 알리기만 합니다.
근거 첨부 강제 — 협정 관세를 적용하는 경우 근거 서류를 첨부해야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확인 버튼이 남긴 것
이 절차가 실무에서 만든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누가 언제 무엇을 근거로 판정했는지가 기록으로 남는 것이었습니다.
HS코드 8536.70
확정자 김OO
확정 시각 2026-05-28 16:41
근거 공급사 기술사양서 rev.3 / 이전 건 T-2026-0098 동일 적용
전에는 문서에 코드가 적혀 있을 뿐이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그렇게 했나 보네요"로 끝났습니다.
사후 검증이 들어왔을 때 이 기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확인 절차가 느려지지 않게
손을 한 번 더 가게 만들면 반발이 생깁니다. 실제로 처음엔 "왜 매번 눌러야 하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누르는 행위 자체는 최대한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이전 건과 동일 → 버튼 한 번 (근거 자동 인용)
이전 건과 다름 → 사유 한 줄 입력
신규 품목 → 근거 서류 첨부
전체의 80% 이상이 첫 번째 경우였습니다. 클릭 한 번이면 끝납니다.
확인을 요구하되 확인하는 비용은 낮춘다. 이 둘을 같이 하지 않으면 절차는 형식만 남고 아무도 실제로 검토하지 않게 됩니다.
자동화 범위를 정하는 한 문장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만든 기준입니다.
틀렸을 때 우리가 되돌릴 수 있으면 자동화한다. 밖에서 되돌려야 하면 사람이 확인한다.
문장 하나인데 이후 모든 논쟁이 이걸로 정리됐습니다.
"이것도 자동으로 하면 안 될까요?"라는 질문에, 기능의 난이도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누가 대가를 치르는가로 답하게 됐습니다.
다음 편에서 할 것
서류는 정리됐습니다. 그런데 선적이 시작되면 상황이 매일 바뀝니다.
일정을 자동으로 가져오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한 이야기, 그리고 대신 무엇을 자동화했는지를 다음 편에서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