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이 세 군데 있었다
같은 제품의 사양이 세 곳에 있었습니다.
① 공급사 카탈로그 PDF 구형 모델 스펙이 남아 있음
② 견적용 엑셀 특정 바이어용 조정값이 굳어 있음
③ 담당자 머릿속 "그건 실제로는 이렇게 나가요"
셋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그리고 셋 중 무엇이 맞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때그때 물어봐서 정했습니다.
원본을 하나로 정하는 것부터가 일이었습니다.
3주가 걸렸다
품목 120개를 하나씩 확인했습니다. 카탈로그와 엑셀이 다르면 공급사에 물어봤습니다.
예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 3주가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확인 과정에서 이런 것들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단종 품목 17개 여전히 견적서에 올라가고 있었음
사양 불일치 31개 카탈로그와 실제 출하품이 다름
중복 등록 9개 같은 제품이 두 개의 품번으로
단가 근거 불명 12개 왜 이 가격인지 아무도 모름
단종된 17개는 자동화를 안 했으면 계속 몰랐을 겁니다. 그중 두 개는 실제로 최근 견적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정리는 자동화의 준비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리 자체가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
필드를 두 층으로 나눴다
품목 정보를 불변 정보와 거래 정보로 나눴습니다.
불변 정보
품번 · 사양 · 중량 · 포장
거래 정보
단가 · 수량 · 조건 · 납기
문서
둘을 조합해 생성
표가 넓으면 좌우로 스크롤하여 확인하세요.
| 층 | 붙는 곳 | 예시 |
|---|---|---|
| 불변 | 품목 | 품번, 품명, 제조사, 기술 사양, 단위중량, 포장 규격, HS코드 후보 |
| 거래 | 건 | 단가, 수량, 인코텀즈, 결제 조건, 납기, 적용 환율 |
이렇게 나누자 "이 바이어한테는 단가가 다른데"가 자연스럽게 처리됐습니다.
전에는 바이어마다 엑셀을 복사해서 관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가만 다르게 하려다 사양까지 같이 복사되어 버전이 갈라졌던 겁니다.
사양은 덮어쓰지 않는다
공급사가 사양을 바꾸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나간 견적서는 옛 사양 기준입니다.
그래서 사양을 덮어쓰지 않고 버전을 남기게 했습니다.
품번 FDF-24C
rev.1 2024-03-11 초기 등록
rev.2 2025-07-02 커넥터 타입 변경 (SC → LC)
rev.3 2026-02-18 외함 치수 변경, 중량 +0.4kg
견적 Q-2025-0412 → rev.2 참조
견적 Q-2026-0330 → rev.3 참조
견적서에는 어느 버전의 사양을 썼는지 기록됩니다. 나중에 클레임이 왔을 때 "그때 뭐라고 보냈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자동화 없이 먼저 줄었다
문서 작성 시간
코드 한 줄 없음
이 단계까지 자동화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문서는 여전히 손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5시간이 줄었습니다. 값을 찾아 헤매고, 서로 물어보고, 어느 게 맞는지 확인하던 시간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정리가 자동화보다 먼저 효과를 냅니다. 그리고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자동화하면 틀린 값이 더 빨리, 더 많은 문서로 퍼질 뿐입니다.
다음 편에서 할 것
원본이 생겼으니 이제 문서를 만들 차례입니다. 견적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견적서에는 시간이 지나면 의미를 잃는 숫자가 하나 박혀 있었습니다. 환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