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언덕 아래, 안개가 고이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문은 낮았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손잡이는 손때가 묻어 가운데만 반들거렸습니다.
문에는 안내가 붙어 있었습니다.
"완성된 책은 반입할 수 없습니다."
사서
안으로 들어가니 사서가 사다리 위에서 무언가를 꽂고 있었습니다.
얇았습니다. 책이라기보다 종이 몇 장을 실로 묶은 것에 가까웠습니다. 실 색이 제각각인 걸 보니 있는 걸 그때그때 쓴 모양이었습니다.
"오늘은 뭘 들여오셨어요?"
"열일곱 통이요."
사서가 사다리에서 내려왔습니다. 발이 바닥에 닿을 때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전부 보내지 못한 편지입니다. 이번 주에 들어온 것 중 제일 좋은 건 세 번째 줄에서 끊긴 거예요. '사실은 그때'까지 쓰고 멈췄더군요."
"그다음은요?"
"없습니다."
사서는 그 종이를 한 번 쓸어 폈습니다.
"그래서 좋은 겁니다."
서가
서가는 주제가 아니라 멈춘 이유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서가는 용기가 없어서 멈춘 것들이었습니다. 고백, 사과, 부탁. 대부분 짧았습니다. 한 장을 넘기지 못한 것도 많았습니다.
두 번째는 더 좋은 말이 떠오를 것 같아서 멈춘 것들.
여기가 가장 컸습니다. 천장까지 닿았고, 사다리를 옮겨야 위쪽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사서는 이 서가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제일 아까운 곳이에요. 다들 다음 주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는 안 옵니다."
세 번째는 중간에 마음이 바뀐 것들. 앞부분과 뒷부분의 목소리가 달라서, 읽으면 한 사람이 변해가는 게 보인다고 했습니다. 글씨가 바뀌는 것도 있고, 잉크 색이 바뀌는 것도 있다고요.
마지막 서가에는 아무 표시도 없었습니다.
"저기는요?"
"이유를 모르는 것들입니다. 쓰던 사람도 왜 멈췄는지 모르는 거죠."
사서가 잠깐 말을 멈췄습니다.
"제일 많이 대출됩니다."
대출
대출 규정도 이상했습니다. 빌릴 수는 있는데 이어 쓸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읽기만 하라는 건가요?"
"읽고, 자기 것을 하나 두고 가시면 됩니다. 완성하지 않은 걸로요."
창가 책상에 종이와 펜이 놓여 있었습니다. 펜은 오래 쓴 것이었습니다. 잡는 자리만 색이 벗겨져 있었습니다.
저는 한참 앉아 있었습니다.
한 줄을 썼습니다. 쓰다 보니 두 줄이 됐고, 세 줄째에서 어떻게 이어야 할지 몰라 멈췄습니다. 펜 끝이 종이에 닿은 채로 잠깐 있었고, 점이 하나 번졌습니다.
멈춘 자리를 보고 있으니 사서가 다가왔습니다.
"그거면 됩니다."
"이건 그냥 못 쓴 건데요."
"여기 있는 것 전부가 그렇습니다."
밖
나오는 길에 물었습니다. 왜 완성된 책은 안 받느냐고요.
사서는 잠깐 생각하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완성된 건 이미 자기 자리가 있으니까요. 서점에도 있고, 다른 도서관에도 있고, 누군가의 책장에도 있습니다."
"그런데요?"
"끝맺지 못한 건 어디에도 안 갑니다. 서랍에 있다가 버려지죠. 이사할 때 대부분 사라집니다."
"여기 있으면 뭐가 달라지나요?"
"달라지진 않습니다."
사서는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안개가 문틈으로 들어왔습니다.
"다만 있었다는 게 남습니다."
돌아오는 길
언덕을 내려오면서 생각했습니다.
제 서랍에도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세 번째 줄에서 멈춘 것들. 더 좋은 말이 떠오를 것 같아 미뤄둔 것들.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폴더 하나.
대부분은 영영 이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서관을 다녀온 뒤로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끝내지 못한 것과 시작하지 않은 것은 다릅니다.
세 번째 줄까지는 갔던 겁니다. 그 세 줄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누군가 그걸 쓰는 동안에는 그 사람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안개가 걷히면 그 도서관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들 흐린 날에만 찾아간다고요.
저는 다음에 갈 때 두 번째 서가에 갈 생각입니다.
더 좋은 말이 떠오를 것 같아서 멈춘 것들. 거기 제 것도 몇 개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아마, 오늘 쓴 이것도 언젠가 그 서가로 갈 겁니다.

